[새 시리즈 제9편] 스타벅스의 시초: 세 명의 학자가 만든 가게가 전 세계 문화가 된 전말

 오늘날 테이크아웃 종이컵을 들고 거리를 거니는 모습은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매일 수백만 명의 아침을 열어주는 초록색 사이렌 로고의 스타벅스(Starbucks)가 있습니다.

하지만 초창기의 스타벅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카페'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커피에 미쳐 있던 세 명의 학자가 시작한 조그만 원두 판매점이 어떻게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공간 문화를 바꾼 거대 제국이 되었는지, 그 전말을 들여다봅니다.

[세 명의 '커피 덕후' 학자가 모여 만든 원두 가게]

1971년, 미국 시애틀의 재래시장인 재래식 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에 아주 작은 가게 하나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 가게를 차린 공동 창업자 3명의 이력은 매우 독특했습니다.

  • 영어 교사 제리 볼드윈(Jerry Baldwin)

  • 역사 교사 제프 시글(Zev Siegl)

  • 작가 고든 보커(Gordon Bowker)

커피를 너무나 사랑했던 이 세 명의 인문학도들은 당시 미국을 지배하던 저급하고 묽은 인스턴트 드립 커피 문화에 깊은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진짜 깊고 진한 고급 원두 커피의 맛을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목표로 의기투합했습니다.

가게 이름은 소설 《모비 딕》에 등장하는 커피를 사랑하는 포경선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의 이름에 's'를 붙여 '스타벅스(Starbucks)'라 지었습니다. 로고 역시 바다와 항구 도시 시애틀의 정체성을 담아 16세기 바다의 인어 '사이렌(Siren)'의 목판화를 본따 만들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스타벅스는 마시는 에스프레소나 카페라떼를 파는 곳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고급 원두와 로스팅 기계, 커피 추출 기구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원두 유통점'이었습니다.

[운명적 만남: 밀라노에서 '제3의 공간'을 본 하워드 슐츠]

원두 점포로 소소하게 인기를 끌며 4개의 매장으로 늘어난 스타벅스에 1982년, 운명을 바꿀 한 남자가 합류합니다. 바로 주방용품 회사의 잘나가던 영업사원이었던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였습니다.

슐츠는 시애틀의 자그마한 가게가 엄청난 양의 커피 드립 기구를 주문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을 느껴 찾아왔다가, 스타벅스의 원두 품질과 창업자들의 열정에 반해 마케팅 이사로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1983년, 하워드 슐츠는 출장차 이탈리아 밀라노로 떠났다가 생전 처음 보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침마다 골목길의 에스프레소 바(Bar)에 모여 바리스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따뜻한 라떼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단순한 음료 판매처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중심지였습니다.

슐츠는 무릎을 쳤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집에서 볶아 먹을 원두'가 아니다. 집(제1의 공간)도 아니고, 직장(제2의 공간)도 아닌, 편안하게 쉬면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이다!"

[창업자들과의 갈등, 그리고 스타벅스 인수]

미국으로 돌아온 슐츠는 스타벅스 매장 안에서 원두뿐만 아니라 에스프레소와 라떼 같은 음료를 직접 추출해서 판매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창업자들을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지독한 커피 완벽주의자였던 세 명의 학자 창업자들은 슐츠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 "우리는 커피 원두를 파는 고결한 상인이지, 패스트푸드점처럼 음료나 따라주는 장사꾼이 아니다."

  • "매장에 의자를 가져다 놓으면 겉멋 들린 무더기 손님들 때문에 원두의 향과 진정성이 훼손된다."

창업자들과의 깊은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한 슐츠는 1985년 스타벅스를 퇴사하고, 자신의 비전을 담은 에스프레소 바 '일 조르날레(Il Giornale)'를 직접 차렸습니다. 이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바는 개점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2년 뒤인 1987년, 원작자인 세 명의 학자 창업자들이 피츠버그의 다른 커피 브랜드(피츠 커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해지자, 스타벅스 상표권과 시애틀 매장들을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하워드 슐츠는 투자자들을 설득해 380만 달러에 스타벅스를 전격 인수했습니다.

[세계의 공간 문화를 바꾼 스타벅스 감성]

스타벅스를 인수한 슐츠는 자신이 꿈꾸던 '제3의 공간' 컨셉을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 완벽하게 이식했습니다.

  1. 감각적인 제3의 공간: 매장마다 재즈 음악을 틀고, 편안한 소파와 조명을 배치해 집과 일터 사이의 안식처를 제공했습니다.

  2. 커피 문화의 대중화: 고급 아라비카 원두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스팀 밀크를 얹은 '카페라떼', '카푸치노'를 미국 전역에 대중화시켰습니다.

  3. 테이크아웃 라이프스타일: 초록색 로고가 박힌 종이컵을 들고 다니는 행위 자체가 '지적이고 도시적인 현대인'의 상징이자 패션 아이템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원두 향에 미쳐 있던 세 명의 시골 학자가 만든 조그만 원두 가게는, 비전을 알아본 한 영업사원의 열정을 거쳐 오늘날 전 세계 80여 개국, 3만 개가 넘는 매장에서 일상의 온기를 전하는 세계 최대의 커피 제국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핵심 요약

  1. 1971년 시애틀의 세 명의 학자(제리, 제프, 고든)는 고급 커피 원두와 extraction 기구를 파는 소규모 가게 '스타벅스'를 창업했습니다.

  2.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에스프레소 바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하워드 슐츠가 '제3의 공간'이자 음료를 파는 카페로의 전환을 제안했으나 창업자들과의 마찰로 독립했습니다.

  3. 1987년 슐츠가 스타벅스를 인수한 후 편안한 공간,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음료, 테이크아웃 문화를 결합해 세계적인 커피 제국을 구축했습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10편에서는 세계 최고 상표의 눈물겨운 실패작, ‘코카콜라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 뉴콜라(New Coke) 대참사’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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