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밤샘 근무, 야간 운전 때 피로를 쫓아주는 초록·파란 캔의 대명사 레드불(Red Bull).
오늘날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매년 수십억 캔이 팔려나가는 에너지 드링크 제국 레드불의 시작은, 사실 태국의 시골 마을에서 노동자들과 트럭 운전기사들이 피로 회복용으로 마시던 50센트짜리 보잘것없는 저가 음료였습니다.
치열한 음료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에너지 드링크'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전 세계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지배하게 된 레드불의 기상천외한 마케팅 비하인드를 들여다봅니다.
[태국 시골의 약국 음료를 발견한 치약 영업사원]
1982년, 오스트리아의 치약 회사 영업사원이었던 디트리히 마테시츠(Dietrich Mateschitz)는 출장차 태국 방콕을 찾았습니다. 극심한 시차 적응과 피로에 시달리던 그는 현지 약국과 구멍가게에서 파는 '크라텡 다엥(Krating Daeng, 붉은 가우르 소)'이라는 작은 병 음료를 마시게 됩니다.
음료를 마신 후 거짓말처럼 피로가 풀리는 것을 경험한 마테시츠는 무릎을 쳤습니다.
"서구권 국가에는 커피와 콜라 외에 피로를 가라앉혀주는 이런 '에너지 음료' 시장이 전혀 없다. 이 음료의 맛을 서양인에 맞게 바꾸고 제대로 브랜딩한다면 전 세계를 제배할 수 있다!"
마테시츠는 음료를 개발한 태국의 유비디야 가문과 손을 잡고 50 대 50 지분으로 회사를 차렸습니다. 탄산을 첨가하고 설탕을 줄여 서양인의 입맛에 맞춘 뒤, 태국어 이름을 영어로 직역한 '레드불(Red Bull)'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1987년 오스트리아에서 첫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의 냉대: "맛은 약 같고 가격은 너무 비싸다"]
하지만 시작은 참담했습니다. 당시 시장 조사 기관과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습니다.
"감기약 맛이 난다": 한약재 및 타우린 특유의 씁쓸한 맛 때문에 "탄산 들어간 약을 마시는 것 같다"는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비싼 가격: 마테시츠는 일부러 콜라보다 2배 이상 비싼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취했는데, 소비자들은 "왜 이 작은 캔을 콜라보다 비싸게 사 먹어야 하냐"며 외면했습니다.
유통업체들도 입점을 거부했고 자금은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정공법으로는 도저히 기존 콜라와 사이다 공룡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마테시츠는, 기존의 틀을 깨는 기상천외한 '잔머리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진 쓰레기통을 노린 '빈 캔 마케팅']
마케팅 예산이 부족했던 마테시츠는 사람들의 군중 심리(FOMO)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대학가 주변, 인기 클럽, 나이트클럽, 대형 콘서트장 주변의 쓰레기통을 찌그러진 레드불 빈 캔으로 가득 채우도록 알바생들을 고용했습니다. 또한 길거리 바닥에 일부러 레드불 빈 캔을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과 클럽을 찾은 젊은이들은 쓰레기통마다 넘쳐나는 레드불 캔을 보며 착각에 빠졌습니다.
"어? 저 초록/파란색 캔이 뭔데 요즘 유행이지? 다들 저걸 마시나 보네? 나도 마셔봐야겠는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은밀한 환상 마케팅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클럽에 모인 청춘들은 보드카나 술에 레드불을 섞어 마시기 시작했고, 레드불은 순식간에 '쿨하고 밤새 놀 줄 아는 젊은이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부상했습니다.
[음료가 아니라 '익스트림 스포츠'를 파는 제국]
레드불은 TV나 라디오에 기존 방식의 음료 광고를 거의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돈으로 스케이트보드, 카레이싱, F1, 스카이다이빙, B-Boy 배틀 등 극도로 위험하고 짜릿한 '익스트림 스포츠'에 천문학적인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우주 공간인 지상 39km 성층권에서 사람이 맨몸으로 낙하하는 '레드불 스트라토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레드불은 사람들에게 '카페인 음료'를 판 것이 아니라, "레드불을 마시면 너에게 날개를 달아준다(Red Bull Gives You Wings)"라는 도전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와 문화를 팔았던 것입니다.
핵심 요약
레드불은 1982년 오스트리아의 영업사원 마테시츠가 태국의 시골 저가 피로회복 음료 '크라텡 다엥'을 발견하고 서구권에 맞게 재탄생시킨 브랜드입니다.
비싼 가격과 약 같은 맛 때문에 외면받자, 대학가와 클럽 주변 쓰레기통에 일부러 빈 캔을 채워 넣는 '빈 캔 잔머리 마케팅'으로 유행을 창조했습니다.
단순 음료가 아닌 익스트림 스포츠 후원과 "날개를 달아준다"는 강력한 문화적 브랜딩을 통해 전 세계 1위 에너지 드링크 제국을 완성했습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16편에서는 하루아침에 전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과자의 눈물겨운 비하인드, ‘허니버터칩 대란: 공장을 증설하자마자 열기가 식어버린 대형마트 희귀템의 교훈’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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