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조립식 가구(Flat-pack)로 전 세계의 집안 풍경을 바꿔놓은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IKEA). 세계 10대 부호 중 한 명이자 개인 자산만 수십조 원에 달했던 이케아의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1926~2018)의 이름 앞에는 늘 따라다니는 독특한 수식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지독한 구두쇠'입니다.
보통 자산이 수십조 원 단위에 이르면 슈퍼카 수집, 전용기 운항, 요트 소유나 고급 명품을 두르는 상류층의 삶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캄프라드의 삶은 그와 정확히 정반대였습니다. "쓸데없는 지출은 고객과 기업에 대한 죄악이다"라는 남다른 신념으로 평생을 살아간 그가 남긴 기상천외하고도 경이로운 구두쇠 일화들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옷은 벼룩시장에서, 이발은 개발도상국 출장길에]
억만장자였던 캄프라드가 사망 직전까지 고수했던 일상 속 소비 습관은 일반 서민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철저했습니다.
벼룩시장과 중고 의류 마니아: 그는 평생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사 입지 않았습니다. 그가 평소 입고 다니는 정장, 셔츠, 점퍼의 대부분은 지역 벼룩시장이나 중고 매장에서 구입한 것들이었습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그가 입고 있는 옷의 출처를 묻자 "지금 입고 있는 옷 전부 벼룩시장에서 산 겁니다. 남이 입던 옷이면 어떤가요? 깨끗하고 멀쩡하기만 한데요."라며 담담하게 답해 취재진을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해외 출장 맞춤형 이발: 그는 스웨덴이나 서유럽의 이발비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정기적으로 미용실을 찾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트남, 인도 등 개발도상국으로 비즈니스 출장을 갈 때만 골라 현지 저가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습니다.
24년 된 고물차 고집: 전용 기사를 두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1993년형 낡은 볼보 240GL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직접 끌고 다녔습니다. 주변 정비사가 "이제 이 차는 안전검사 통과도 어렵고 도로 위의 시한폭탄과 같다"며 사정사정하자, 그제야 눈물을 머금고 수년 된 중고 차량으로 교체했습니다.
[이코노미석 고집과 경비원에게 노숙자로 오해받은 일화]
전 세계에 수백 개의 대형 매장을 거느린 거대 기업의 총수였지만, 그의 출장길과 이동 방식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비행기는 무조건 이코노미석: 그는 비행기를 탈 때 단 한 번도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을 이용하지 않고 무조건 이코노미석만 고집했습니다. 임원들이 출장길에 비즈니스석을 예약하려고 하면 "비즈니스석을 탄다고 비행기가 목표 도시에 더 일찍 도착하느냐"며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호텔 비품과 무료 조식 챙기기: 출장지 호텔에 머물 때는 객실 내 미니바에 손도 대지 않았고, 방에 비치된 무료 소금, 후추, 미니 잼 포장을 가방에 싸 들고 왔습니다. 또한 무료 조식이 포함된 저가 모텔 위주로 숙소를 잡았으며,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먹은 뒤 점심 식사를 스킵하는 일도 흔했습니다.
대중교통 사랑과 해프닝: 시상식이나 중요한 국제 회의에 참석할 때도 전용 리무진 대신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애용했습니다. 한번은 스웨덴의 한 유력 경영자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는데, 그가 입은 낡은 차림새와 찌그러진 가방을 본 행사장 경비원이 "수상한 노숙자"로 오인해 입장을 막아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정작 그는 경비원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노인의 입장을 제재한 원칙 준수를 칭찬했다는 후문입니다.
[연필 한 자루도 아끼는 이케아의 기업 문화]
캄프라드 자신의 지독한 절약 정신은 곧 이케아 전체의 거대한 기업 문화로 이식되었습니다.
이케아 매장 곳곳에 놓여 있는 작고 노란 나무 연필과 종이 줄자는 고객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캄프라드의 절약 철학이 녹아 있는 대표적 상징입니다. 그는 본사 임직원들에게도 A4 용지의 양면 사용을 강력히 권장했고, 메모지는 문서 파쇄기에서 나온 버려진 종이를 재활용해 쓰도록 했습니다. 또한 임원진이 출장을 갈 때도 고급 호텔 대신 이케아 매장 인근의 저렴한 숙소에 묵도록 엄격히 가이드라인을 정해두었습니다.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이케아의 위대한 죄악이다. 훌륭한 디자인과 뛰어난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가난한 서민들도 살 수 있는 가격에 제공하려면, 사업을 운영하는 우리 스스로가 먼저 뼈를 깎는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
그가 평생 입버릇처럼 외치던 이 말처럼, 캄프라드의 지독한 구두쇠 정신은 단순한 기이한 고집이나 인두쇠 같은 탐욕이 아니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매일을 제공한다'는 이케아의 브랜드 철학을 진정성 있게 지켜내기 위한 창업자의 헌신이자 솔선수범이었던 셈입니다.
핵심 요약
이케아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수십조 원의 자산가였음에도 벼룩시장에서 중고 옷을 사고, 이발비가 싸다며 개발도상국 출장 때만 머리를 깎았습니다.
비행기는 무조건 이코노미석을 타고 24년 된 낡은 볼보 중고차를 직접 끌었으며, 시내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가다 노숙자로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그의 지독한 절약 정신은 "가구 제조 및 유통 원가를 극한으로 낮추어 전 세계 서민들에게 합리적인 가구를 제공한다"는 이케아 가성비 제국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9편에서는 세계 최고 상표의 눈물겨운 실패작, ‘코카콜라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 뉴콜라(New Coke) 대참사’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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